왜 굳이 게임으로 만들었나
이 문제를 굳이 먼저 꺼내지 않고 지나가는 편이 더 나을 겁니다.
가만히 있으면 반은 간다는 말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희처럼 빈곤하고 작은 게임 개발 팀이 게임을 만들다 보면 아트를 더 싸고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왜 매력적인지도 알게 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팀원 모두가 오타쿠인 저희들은 그 변화 속에서 내게 멋진 세계를 소개시켜준 작가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편하게 넘기기도 어려웠습니다.
저는 바로 그 애매한 자리 때문에 이 이야기를 그냥 의견으로만 넘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찬성이나 반대 한쪽으로 정리하기보다, 창작자들 사이에서 AI를 어디까지 받아들일지, 무엇을 지키고 싶은지 한 번쯤 이야기해 볼 계기를 게임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사람의 그림과 AI 출력물을 나눠 보여 주고, 같은 장면을 두 가지 다른 모습, 다른 이야기로 보이게 한 것도 그 감정을 플레이어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데모에서 개발자가 직접 화면에 등장하는 구조도 같은 이유에서 들어갔습니다. 반쯤은 제 이야기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바깥에서 의견만 말하는 대신, 만드는 사람도 그 선택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는 걸 게임 안에 남겨 두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화면에 등장하는 개발자는 저고, 등장인물도 실제 저희 팀 동료예요. 아시는 분은 아실 수 있겠지만 저희 팀은 셋이라 한 명은 카메라 잡느라 못 나왔습니다 ㅋㅋ;;
그렇다고 이 게임으로 이 문제 전체를 다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닙니다. 창작자, 개발자, 소비자마다 처한 자리도 다르고, 제가 대신 정리해 줄 수 있는 성질의 문제도 아니니까요.
그래서 더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적어도 사람들이 어디에서 멈추고 흔들리는지는 남겨 두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EULA가 하려던 건 정답을 내리는 일보다, 아직 정답이 내려지지 못한 논지를 함께 이야기 할 계기를 만드는 것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