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중인 사람들을 흐리게 처리한 개발일지 10편 헤더 이미지
EP 10 2026.05

내 의견도 하나의 의견

AI 기술의 발전은 이미 벌어진 일입니다. 좋아하든 싫어하든, 이제 사람들은 그 변화를 각자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저는 창작자 쪽에 더 마음이 갑니다. 너무 좋아하는 작품은 현지판 원서를 한 세트씩 사 두고, 들고 다니기 편하게 e북도 다시 구매했습니다. 매주 새 회차가 올라오면 바로 찾아 읽고, 좋아하는 작가는 팔로우해 두었다가 새 작품이나 새 업로드가 뜨는 즉시 보거나 듣기도 합니다. 작품에 대한 애정이기도 하고, 작가에게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그 감정도 절대적인 답은 아닙니다. 제 입장 역시 수많은 입장 중 하나일 뿐입니다.

여러 창작 플랫폼 화면을 콜라주한 뒤 흐리게 처리한 이미지

부딪히는 입장들

어떤 사람은 AI를 새로운 기회처럼 말합니다. 예전 같으면 인력이나 시간 때문에 포기했을 작업을 더 빨리 해볼 수 있고, 혼자서도 더 많은 것을 밀어붙일 수 있으니까요. 그런 말을 듣고 있으면, 그 사람들에게 AI는 창작의 문턱이 낮아지고 가능성이 넓어지는 해방감에 가까운 것처럼 느껴집니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바로 그 속도 때문에 더 크게 불편해합니다. 오래 좋아해 온 작가의 자리와, 축적해 온 기술, 겨우 이어 오던 생계가 너무 쉽게 밀려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 말을 듣고 있으면, 그 감정은 편리함보다 애정하던 세계가 값싸게 소비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EULA는 둘 중 하나를 틀렸다고 정리하는 게임이 아닙니다. 같은 변화를 보고도 전혀 다른 감정에 도착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했습니다.

같은 장면을 보고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결론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갈래의 결말

그래서 이 게임에는 여러 엔딩이 있습니다. AI를 받아들이는 결말도 있고, 거부하는 결말도 있고, 타협하거나 끝내 정하지 못한 채 남는 결말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찬성이나 반대 그 자체보다, 플레이어가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겼는가입니다. 효율이었는지, 애정이었는지, 불안이었는지, 혹은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이었는지.

어떤 결말은 안도감에 가깝고, 어떤 결말은 공허함에 가깝고, 어떤 결말은 새로운 질문만 남길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제게는 그 차이를 단순히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잘라 말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같은 문제 앞에서 사람들이 서로 다른 감정과 이유에 도착할 수 있다는 점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엔딩 화면 중 하나. 스포일러 없는 분위기. 조용한 결말의 여운.

남기고 싶은 질문

동의하지 않아도 이해는 할 수 있습니다. 이해한다고 해서 찬성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 게임이 바라는 것은 플레이어가 자기와 다른 입장을 만났을 때, "왜 저렇게 생각하지?"를 한 번쯤 붙잡아보는 일입니다.

인간 창작자들이 효율과 발전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너무 쉽게 쓸려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제 생각도 결국 수많은 의견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래도 그런 마음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 의견 역시 대화의 자리 안에서 인지되고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습니다.

캐릭터의 선택뿐 아니라 내가 무엇에 끌렸고 무엇을 외면했는지도 돌아보게 되는 것. 당신의 선택도, 제 의견도, 각자의 자리에서 나온 하나의 해석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