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코이가 라디오 부스에서 함께 진행하는 모습
EP 14 2026.08

아이코이 라디오를 만들기까지

이야기만 쓰면 된다며...

처음 본편을 부탁할 때는 “저희가 정한 주제에 맞는 이야기만 써주면 된다”고 했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주아라는 새 주인공부터 다시 만들고, 본편에 필요한 그림도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까지 계속 짜게 됐습니다.

어느 순간 글작가가 슬프게 중얼거렸습니다.

“처음에는 주제에 맞는 이야기만 쓰면 된다더니, 이제는 그림도 그리고 새 아이디어도 짜와야 하고...”

그렇게 한탄하면서도, 아이와 코이가 진행하는 라디오 코너를 넣으면 좋을 것 같다며 또 새로운 아이디어를 들고 오더라고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본작에 애정이 꽤 깊은가 봅니다.


왜 라디오였나

라디오 아이디어, 정확히는 추가 파트로 라디오를 넣자는 아이디어가 나온 직접적인 계기는 아이와 코이에 대한 피드백이었어요. 두 사람을 본편에서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점이 아쉽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 피드백을 보다가 평소 즐겨 듣던 성우 라디오를 떠올렸습니다. 라디오는 본편과 완전히 다른 형식이니 주아의 이야기를 침해하지 않고, 아이와 코이 두 사람이 본편과 한 발짝 떨어져 몇몇 소재를 놓고 차분히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겠다고 봤습니다.

처음에는 라디오 코너도 LD로 진행하려 했는데, 그림 담당이 재판 장면의 아이코이를 좋아하더라고요. 이미 본편에서 LD 버전의 아이와 코이를 그 장면에서 보여주고 있기도 했고요. 새로운 파트에서 같은 모습을 반복하기보다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는 SD 스타일을 시도해보게 됐습니다.

이렇게 본편과는 다른 모습의 아이와 코이가, 본편과는 다른 형식으로 이야기하는 라디오 코너를 만들게 됐습니다.

SD 스타일로 표현한 아이와 코이의 라디오 진행 모습

라디오라는 형식이 EULA와도 잘 맞아 보였습니다. 주아의 이야기에서는 교조적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전 버전에서는 주인공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에 묶여 있었고, 그게 큰 문제였으니까요. 그 문제를 고치려고 새로운 주인공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썼는데, 다시 주아를 저희 생각을 설명하는 사람으로 만들면 바꾼 의미가 없었습니다.

사실 본편의 AI와 Organic 루트 각 챕터에는 현대 창작에 관해 저희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씩 들어 있습니다. 다만 그 생각을 플레이어에게 강요하거나 전파하고 싶지는 않아서, 가능한 한 주아가 겪는 사건 안에 녹여내려고 했어요.

그러다 보니 “진지한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아쉽다”는 피드백도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타당한 말씀이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하하...

그래서 이번 추가 에피소드인 라디오에서는 아이와 코이가 각자의 입장에서 직접 이야기하게 했습니다.

다만 매 챕터가 끝날 때마다 같은 라디오를 보는 게 자칫 지루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아이에게는 AI 활용과 효율만 말하게 하고, 코이에게는 인간적 가치와 예술만 말하게 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두 사람이 각자 원하는 것과 약점이 있고,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대화가 달라지는 코너가 되어야 했습니다.

아이와 코이가 라디오를 시작하는 첫 장면

첫 라디오부터 막혔습니다

오가닉과 AI 루트의 첫 라디오인 8o와 8a는 특히 작성하기 어려웠습니다.

본편의 사건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면 플레이어가 방금 본 내용을 다시 듣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본편과 완전히 떨어져 AI와 창작에 대한 담론만 이야기하면 지루하고 교조적이었어요. 구버전에서 고치려고 했던 문제를 라디오에서 다시 반복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라디오 코너가 본편의 이야기를 해치길 원하지 않아서 의도적으로 그리 길지 않게 작성했습니다. 하지만 길이와 난이도가 비례하지는 않더라고요.

8o와 8a는 패치 직전까지 수정이 잦았고, 짧은 분량에 비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길게 써도 괜찮았을 거라는 아쉬운 소리도 들었습니다.

8o 또는 8a의 첫 라디오 장면

같은 찬반 토론이 반복되는 걸 피하려고 회차마다 방송 사고와 소품도 붙여봤습니다. 두 사람이 소품을 가지고 실랑이하다가 그날의 이야기로 넘어가고, 마지막에는 처음 썼던 소품을 다시 꺼내는 식이었어요.

그런데 회차를 이어놓고 보니 이것도 같은 모양이 됐습니다. 방송 사고가 나고, 소품으로 주제를 설명하고, 마지막에 그 소품을 다시 쓰는 순서가 반복됐어요. 같은 토론을 피하려고 만든 장치가 또 다른 공식이 된 셈입니다.

주제를 정확하게 전달하려다 보니 대사도 자꾸 길어졌습니다. 아이와 코이가 대화한다기보다 저희가 하고 싶은 말을 두 사람의 입을 빌려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읽는 재미도 없었어요.

결국 설명을 위해 만든 장면은 덜어냈습니다. 모든 편에 방송 사고나 소품을 넣는 방식도 버렸습니다. 본편에서 질문이 이미 구체적으로 드러났다면 아이와 코이가 직접 이야기하게 했고, 소품은 두 사람의 대화나 태도를 실제로 바꿀 때만 남겼습니다.

한 편만 떼어놓고 읽으면 괜찮아 보이는데, 본편 뒤에 붙이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거나 직전 장면의 감정을 가볍게 만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직전 본편의 마지막 부분과 라디오 전체, 다음 챕터의 시작, 앞서 쓴 라디오까지 함께 읽고 문제가 있으면 회차 전체를 다시 썼습니다.

분위기가 다른 후반부 라디오 장면

라디오를 만들고 나서

이 코너가 본편의 아쉬운 점을 전부 해결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주아의 이야기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본편을 보고 남을 수 있는 질문거리를 던지고 싶었습니다.

짧은 게 더 어렵다는 진귀한 경험도 있었고요.

본편에서 아이와 코이가 아쉬웠던 분들, AI와 창작 이야기가 조금 더 깊었으면 했던 분들에게 아이코이 라디오가 조금이나마 마음에 드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번거로울 수 있는데도 부족하다고 생각한 점이나 개선점을 찾아서 남겨주신 유저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희끼리는 눈치채지 못했던 부분을 하나씩 잡아가며, 유저분들과 함께 게임을 완성해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 과정에서 얻은 관점과 아이디어 또한 EULA를 개선하고, 나아가 다음 작품을 만드는 데에도 큰 자산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AI 텍스트 차별화 작업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다음 개발일지에서 봐요. 제발~